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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이모가 계신다. 대략 게산해보니 이민 가신지 30년이 넘은 듯하다.
내가 5살때 쯤인가? 떠나기 전에 공항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어렴풋이 아른한 기억이 떠오른다.
어쩌면 커오면서 계속 봤던 사진 속의 아련한 잔상일 수도...
작년까지만 해도 미국 여행을 가기란 참으로 어려웠다.
이모랑 늘상 연락을 하면 미국에 꼭 여행와라~노래를 부르시곤 하셨는데...
비자때문에 걸리는게 너무 많아 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 비로소 갈 수가 있게 되었다.
몇차례 이모네가 귀국을 하시긴 하셨지만... 머나먼 타지에서 이룩한 보금자리를 엄마에게 보여 주고 싶으셨는지
꼭 하시는 말씀이 미국에 다녀가라는 말이었다.
아버지도 같이 동반 여행을 하셨으면 좋으련만 몸이 불편하여 그 먼 곳까지 여행길에 오르지 못한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지만 막상 난 상대방에게 따스한 말을 하는 성격이 못된다.
무뚝뚝하고, 나의 생각을 남에게 들킬까바 항상 조바심을 내기에, 들키지 않으려 나 자신을 포장한다.
강하지 않은데 강한척 하거나, 힘든데 힘들지 않은척 웃으면서 너스레를 떨거나, 그렇게 나를 포장하다 지치면 무한 잠수를 타버린다. 이런 성격에 특히 가까운 사람 앞에서는 더욱 퉁명스러워 지고, 생각과는 다르게 내 의사가 전달 될때가 많다.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엄마와 싸우는 일이 많았었다.

우리 엄마는 잔소리가 심하다. 의례 엄마들의 존재는 잔소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딸은 엄마를 닮는다 했던가? 나역시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나 주변사람 들에게는 잔소리가 많은 편이다. 늘상 조언과 충고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이제 어느 정도의 나이가 들어가니 잔소리 심한 엄마가 가끔 애처로울 때가 있다.
같은 여자로서, 딸로서, 엄마의 일생을 들여다 보면 참 힘들게 사신 분이다. 지금도 가끔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지만 예전처럼 싸우지 않는다. 이해가 안되더라도 나의 어머니이기에 그냥 받아들이려고 애를 쓴다.

오늘 모처럼 가족끼리 오붓이 저녁을 먹었다. 비싼 회를 먹었다. 가족이래야 부모님과 나 뿐이지만... 오늘 회는 참으로 달고 맛있었다. 일을 그만두고 백수가 되고 나서 부터는 외식을 거의 하지 않는다. 가끔 부모님이 외식을 하자고 하신다.
이전에는 자주 외출도 하고 근처 야외로 고기를 구워 먹으로도 다니곤 했었다.

"맛있는거 먹으러 갈까? 엄마가 사줄께."
"응, 나중에..."
"왜~약속없으면 가자 머 먹고싶어? 울딸 먹고 싶은거 사줄께."
"한푼이라도 아껴야지 우리 형편에 외식은..."
"그래도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먹을건 먹어야지."
"세 식구 나가서 밥 사먹을 돈이면, 우리 일주일 생활비야."
"......"


엄마가 사주는 밥이 먹기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드시고 싶은것을 부모님께 사 드려야 되는데, 지금 형편에 그럴 수가 없으니 속상한 마음을 그렇게 퉁명스럽게 내뱉어 버린다. 나이들어 결혼도 안하고 있는 것도 죄송한데, 이제는 직장까지 잃고 놀고 있으니 속이 상 할 수밖에... 아무데나 어디 식당 알바라도 하고 싶지만, 이전에 그랬듯이 또 생활에 뭍혀 버리면 내 꿈을 이룰 기회조차 없기에,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중이다.

같은 한국땅 아래 여행을 가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버지 때문에 내가 따라 갈 수 있는 형편도 아니고, 며칠 전부터 걱정이 되니 두통까지 생긴다. 중간에 비행기를 갈아 타야 하기 때문에 그게 제일 걱정이다. 영어라곤 헬로우?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 분인데 장거리 비행때문에 혹시 병을 안날지 걱정이 밀려온다. 아버지도 걱정이 된다. 한번도 이렇게 오랫동안 엄마와 떨어져 본적이 없기 때문에 엄마가 안계신 한달 동안 병이 나실까봐 무섭다.

이런 저런 걱정을 하다보니 난 왜 이렇게 미약하고 힘이 없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어린 아이처럼 부모님없이 혼자 할 줄 아는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내가 철이 없고 미약한 존재 였는지 이제 깨닫게 된다.

 
   To. 세상 무엇보다 사랑하는 나의 엄마에게...

       엄마 무사히 이모댁에 다녀 오셨으면 좋겠어요. 
       한국이 아니라서 어린아이를 물에 내놓은것처럼  걱정이 되요.
       딸인데도 늘 아들처럼 무뚝뚝하고 퉁명하게 굴었던 것 죄송해요. 
       맘과는 다르게 늘 반대로 되요.
       엄마의 기대치에 늘 벗어나서 효도다운 효도 한번 못해드리고, 늘 근심만 안겨 드렸죠.
       오빠를 잃은 슬픔까지 엄마의 인생은 참으로 힘들 었을텐데,
       딸로서 같은 여자로서 한번도 엄마의 친구가 되어 주지 못했던 거 같아요. 
       엄마 제가 퉁명스럽게 말해도, 무뚝뚝하게 굴어도, 제 마음은 언제나 엄마를 사랑한다는 거 아시죠?
       아버지는 걱정 하지 마시고, 몸 건강히 무사히 잘 다녀 오시고, 이모와 이숙께도 안부 전해 주세요.
       엄마, 세상 그 무엇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 당신의 하나밖에 없는 사랑스런 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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